처음 자취를 시작하면 대개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가득 채웁니다. 그리고 2주 뒤, 반쯤 쓴 것들을 버립니다. 애호박은 물러 있고, 대파는 끝이 노랗고, 사둔 소스는 뚜껑도 안 열었습니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재료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계란 하나로는 계란프라이뿐이지만, 여기에 밥이 더해지면 간장계란밥과 볶음밥이 생기고, 감자가 더해지면 또 몇 가지가 열립니다. 어떤 재료를 먼저 사느냐에 따라 같은 돈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수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감으로 고르는 대신 계산해 봤습니다. 요리 260가지 전부를 놓고, 하나씩 더할 때마다 만들 수 있는 요리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재료를 순서대로 뽑았습니다. 소금·간장·식용유 같은 기본 조미료는 이미 있다고 봤습니다.
보통의 자취 재료 목록에는 양파와 대파가 맨 앞에 나옵니다. 그런데 계산해 보면 둘 다 10위 안에 들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양파와 대파는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지만, 혼자서는 어떤 요리도 완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재료가 있어야 비로소 쓸모가 생깁니다.
반대로 오이가 3번째로 올라온 게 눈에 띕니다. 오이무침·오이소박이·오이피클처럼 오이 하나와 조미료만으로 끝나는 요리가 여럿이라서입니다. 손질도 필요 없고 불도 안 씁니다. 자취 초반에 가장 저평가된 재료입니다.
이게 "무엇을 많이 쓰느냐"와 "무엇이 요리를 완성시키느냐"의 차이입니다. 장을 볼 때 필요한 건 후자입니다.
빠른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평균 20분입니다.
| 요리 | 시간 | 방식 |
|---|---|---|
| 간장계란밥 | 5분 | 간단 |
| 계란말이 | 10분 | 간단 |
| 간장국수 | 10분 | 면 |
| 들기름 막국수 | 10분 | 면 |
| 오이무침 | 10분 | 무침·샐러드 |
| 무생채 | 10분 | 무침·샐러드 |
| 청양고춧가루 무침 | 10분 | 무침·샐러드 |
| 계란찜 | 15분 | 찜 |
| 계란국 | 15분 | 국·탕 |
| 시금치된장국 | 15분 | 국·탕 |
| 비빔국수 | 15분 | 면 |
| 볶음밥 | 15분 | 밥 |
| 감자채볶음 | 15분 | 볶음 |
| 시금치나물 | 15분 | 무침·절임 |
| 무나물 | 15분 | 무침·절임 |
| 무국 | 20분 | 국·탕 |
| 소고기 덮밥 | 20분 | 밥 |
| 오징어볶음 | 20분 | 볶음 |
| 오징어숙회 | 20분 | 무침·샐러드 |
| 현미식초 오이피클 | 20분 | 무침·절임 |
| 오징어무국 | 25분 | 국·탕 |
| 오므라이스 | 25분 | 볶음·조림 |
| 제육 덮밥 | 25분 | 밥 |
| 비빔밥 | 25분 | 밥 |
| 제육볶음 | 25분 | 볶음 |
| 불고기 | 25분 | 구이·볶음 |
| 감자조림 | 25분 | 조림 |
| 감자전 | 25분 | 전 |
| 계란장조림 | 30분 | 조림 |
| 감자 샐러드 | 30분 | 무침·샐러드 |
| 오이소박이 | 30분 | 무침·절임 |
| 탕수육 | 40분 | 튀김 |
| 장조림 | 50분 | 조림 |
조리 시간은 재료 손질부터 완성까지입니다. 재우기·불리기처럼 손을 떼고 기다리는 시간은 뺐습니다.
6번과 7번이 돼지 앞다리와 소고기입니다. 둘을 더하면 요리가 21가지에서 24가지로 늘지만, 자취 냉장고에서 가장 먼저 상하는 것도 고기입니다. 사 온 날 한 끼 분량씩 나눠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이 문제가 사라집니다. 그게 번거로우면 6·7번을 건너뛰고 8~10번(시금치·무·오징어)으로 가도 27가지가 됩니다.
무 한 통은 자취 기준으로 큽니다. 무생채·무나물·무국을 다 만들어도 남습니다. 반 통으로 파는 걸 고르거나, 남으면 썰어서 말려두면 오래 갑니다.
5번 소면은 이 목록에서 가장 부담 없는 재료입니다. 상온에서 1년 이상 가고, 한 봉지에 몇 인분이 나옵니다. 아무것도 없는 날의 마지막 보루로 한 봉지는 늘 두시길 권합니다.
장을 보고 나면 다음 문제가 생깁니다.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는 알겠는데, 그걸로 뭘 만들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것. 그럴 때 쓰라고 만든 도구가 있습니다. 있는 재료를 누르면 지금 바로 되는 것과, 하나 둘만 사오면 되는 것을 나눠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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