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만 있을 때 만들 수 있는 것

자취 냉장고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게 계란입니다.

장을 못 본 지 며칠 됐고, 냉장고엔 계란 한 판만 굴러다니는 날이 있습니다. 계란프라이 말고 뭐가 되나 싶은데, 의외로 꽤 됩니다. 계란은 혼자서도 요리가 되는 몇 안 되는 재료거든요.

계란 하나만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프라이지만, 같은 계란이라도 굽는 법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됩니다. 센 불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부풀 때까지 두면 흔히 말하는 태국식 프라이가 됩니다. 바삭한 가장자리와 흐르는 노른자가 같이 나오는데, 밥에 얹고 간장 한 바퀴 두르면 그것만으로 한 끼입니다. 기름이 아까워서 조금 두르면 이 맛이 안 납니다.

계란찜은 계란과 물만 있으면 됩니다. 실패하는 사람이 많은데 원인은 대체로 둘 중 하나입니다. 물을 너무 적게 넣었거나, 불이 셌거나. 계란 두 개에 물 100ml 정도, 그러니까 계란 부피의 절반쯤을 넣고 약불에서 뚜껑 덮고 10분이면 부드럽게 익습니다. 센 불에 올리면 겉은 굳고 속은 물인 상태가 됩니다. 뚝배기가 없으면 작은 냄비도 되고, 전자레인지라면 랩을 씌우지 말고 30초씩 끊어서 돌리세요. 한 번에 2분 돌리면 폭발합니다. 제가 두 번 겪었습니다.

계란말이는 재료가 계란뿐일 때 오히려 쉽습니다. 파나 당근을 넣으면 말다가 찢어지는데, 아무것도 안 넣으면 잘 말립니다. 약불에서 천천히, 반쯤 익었을 때 접는 게 요령입니다.

하나만 더하면 확 늘어난다

계란의 진가는 뭔가 하나가 더 있을 때 나옵니다. 무엇을 더하느냐에 따라 열리는 요리가 달라집니다.

밥이 있으면 간장계란밥과 볶음밥이 생깁니다. 간장계란밥은 5분이면 되는데, 참기름을 간장보다 먼저 넣고 비비면 밥알이 코팅돼서 덜 짜게 먹을 수 있습니다. 볶음밥은 계란을 먼저 스크램블로 만들어 꺼내두었다가 마지막에 합치는 쪽이 깔끔합니다. 처음부터 같이 볶으면 계란이 밥알에 엉겨서 색이 탁해집니다.

간장과 설탕이 있으면 계란장조림이 됩니다. 삶은 계란을 간장물에 조리는 건데, 한 번 만들어두면 사나흘 반찬이 해결됩니다. 완숙보다 반숙으로 삶아서 조리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물 끓고 6분 30초면 반숙이고, 찬물에 바로 담가야 껍질이 잘 벗겨집니다.

대파가 있으면 계란국이 됩니다. 물을 끓이고 국간장으로 간한 뒤 풀어둔 계란을 불을 줄이고 천천히 돌려가며 붓습니다. 팔팔 끓는 물에 확 부으면 뭉쳐서 덩어리가 집니다. 여기에 대파를 마지막에 넣으면 끝입니다. 국물 있는 게 아쉬운 날에 10분이면 됩니다.

계란은 뾰족한 쪽을 아래로 두고 보관하세요. 둥근 쪽에 공기집이 있어서, 그쪽이 위로 가야 노른자가 가운데에 머뭅니다. 그리고 냉장고 문 쪽 계란 칸은 사실 가장 안 좋은 자리입니다. 여닫을 때마다 온도가 흔들리거든요. 안쪽 선반에 두면 더 오래 갑니다.

계란이 신선한지 확인하는 법

물 한 컵에 계란을 넣어보면 압니다. 바닥에 눕듯이 가라앉으면 신선한 것이고, 한쪽 끝이 들려서 비스듬히 서면 슬슬 먹어야 할 때입니다. 둥둥 뜨면 버리세요. 안에서 가스가 차서 뜨는 겁니다.

깨뜨렸을 때도 보입니다. 신선한 계란은 흰자가 노른자 주변에 봉긋하게 모여 있고, 오래된 건 흰자가 물처럼 퍼집니다. 퍼지는 계란은 프라이로는 모양이 안 나오니 계란찜이나 국에 쓰는 게 낫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계란 말고도 뭔가 한두 가지는 더 있을 겁니다. 김치 반 포기라든가, 시들어가는 대파 한 뿌리 같은 것들요. 그 조합으로 뭐가 되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면,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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