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밥을 딱 한 공기만 짓기가 애매합니다. 그래서 두세 공기씩 짓고, 남은 걸 밥솥에 그대로 둡니다. 다음 날 열어보면 누렇게 변해 있고 냄새가 납니다. 그 밥은 결국 버리게 됩니다.
밥솥 보온은 반나절이 한계라고 보면 됩니다. 그 이상 두면 수분이 날아가면서 색이 변하고 특유의 냄새가 밴다. 전기도 계속 먹고요. 그런데 이건 밥의 문제가 아니라 보관의 문제입니다. 제대로 얼려두면 찬밥은 오히려 쓸모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실수가 식혀서 얼리는 것입니다. 뜨거운 걸 넣으면 냉동실 온도가 올라가니까 식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밥은 반대입니다. 식는 동안 수분이 날아가서, 나중에 데워도 그 수분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밥이 다 되면 김이 오르는 상태에서 바로 한 공기씩 나눠 담고 뚜껑을 덮거나 랩으로 싸서 얼립니다. 갇힌 수증기가 그대로 얼어붙었다가, 데울 때 다시 밥알로 스며듭니다. 이렇게 얼린 밥은 갓 지은 것과 거의 구분이 안 됩니다.
담을 땐 꾹 누르지 말고 평평하게 펴주세요. 두껍게 뭉쳐 얼리면 가운데가 안 녹아서, 겉은 뜨거운데 속은 차가운 상태가 됩니다. 납작하게 얼려야 고르게 데워집니다. 전자레인지에 2분이면 충분합니다.
볶음밥이 대표적입니다. 갓 지은 밥으로 볶으면 수분이 많아서 팬 안에서 뭉치고 떡집니다. 아무리 볶아도 고슬고슬해지지 않습니다. 반면 냉장고에서 하루 지난 밥은 표면이 말라 있어서 밥알이 낱낱이 떨어집니다.
중국집 볶음밥이 그렇게 되는 이유도 같습니다. 찬밥을 쓰기 때문입니다. 냉동밥밖에 없다면 살짝만 데워서 겉만 녹인 상태로 볶으면 비슷하게 나옵니다. 완전히 뜨겁게 데워서 볶으면 갓 지은 밥과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누룽지는 찬밥을 가장 쉽게 없애는 방법입니다. 팬에 기름 없이 밥을 얇게 펴고 약불에서 10분쯤 두면 바닥이 노릇하게 굳습니다. 그대로 먹어도 되고, 물을 부어 끓이면 누룽지탕이 됩니다. 속이 안 좋은 날이나 밤에 출출할 때 이만한 게 없습니다.
김치볶음밥은 찬밥 두 공기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요리입니다. 김치를 먼저 기름에 충분히 볶아서 숨을 죽인 다음 밥을 넣는 게 순서입니다. 같이 넣으면 김치가 덜 익어서 날카로운 신맛이 남습니다.
반 공기쯤 남았는데 얼리기도 애매한 양이 있습니다. 그럴 땐 국이나 찌개에 그대로 말아 먹는 것이 제일 낫습니다. 계란국에 밥 반 공기면 그게 한 끼입니다.
아니면 죽으로 돌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찬밥에 물을 세 배쯤 붓고 저어가며 10분 끓이면 됩니다. 참기름에 먼저 볶다가 물을 부으면 훨씬 고소해지는데, 이건 쌀로 죽을 쑬 때 쓰는 방법을 밥에 그대로 적용한 겁니다.
냉동실에 밥이 있으면 요리의 출발점이 생깁니다. 밥이 있는 상태에서 냉장고에 뭐가 남았는지 보면, 덮밥이든 볶음밥이든 국밥이든 길이 하나는 나옵니다. 지금 있는 재료에 밥을 더해서 뭐가 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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