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하나로 일주일 돌려먹기

질리는 건 재료가 아니라 같은 조리법입니다.

혼자 사는데 재료는 늘 여러 명 분으로 팝니다. 애호박은 낱개로 사도 두세 끼 분량이고, 두부 한 모는 한 번에 다 못 먹습니다. 닭가슴살은 아예 대용량으로 묶어 팔고요.

그래서 같은 걸 사흘 연속 먹다가 질려서 남은 걸 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질리는 원인은 재료가 아닙니다. 같은 조리법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두부를 사흘 내리 구워 먹으면 질리지만, 굽고 끓이고 무치면 매번 다른 음식으로 느껴집니다.

조리법을 바꾸면 다른 음식이 됩니다

기준은 간단합니다. 굽기, 끓이기, 무치기, 볶기 네 가지를 돌리는 겁니다. 같은 재료라도 이 네 가지는 맛도 식감도 완전히 다릅니다.

두부 한 모로 예를 들면, 첫날은 부쳐서 양념간장을 얹습니다. 둘째 날은 김치와 같이 끓여 두부찌개. 셋째 날 남은 게 있으면 으깨서 참기름과 소금에 무쳐 두부무침이나, 김치와 볶아 두부김치. 사흘 동안 두부를 먹었는데 같은 음식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애호박 하나도 같습니다. 첫날 채 썰어 새우젓에 볶으면 호박볶음, 둘째 날 된장찌개에 넣고, 셋째 날 동그랗게 썰어 계란옷 입혀 부치면 호박전입니다.

닭가슴살은 특히 질리기 쉬운 재료인데, 삶아서 찢어 샐러드에 넣고, 간장에 조려 덮밥으로 올리고, 잘게 썰어 볶음밥에 넣는 식으로 돌리면 훨씬 오래 갑니다. 매번 그냥 구워 먹으니까 사흘 만에 질리는 겁니다.

첫날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걸 하세요. 장 봐 온 날은 그나마 의욕이 있습니다. 그날 부치거나 조리는 걸 해두고, 지쳐 있는 사흘째에 무침이나 국처럼 손이 덜 가는 쪽을 남겨두면 끝까지 쓸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한 번 해두면 계속 꺼내 쓰는 것

돌려먹기와는 좀 다른 방식인데, 한 번에 만들어서 며칠 나눠 먹는 것도 있습니다. 조림류가 여기 해당합니다.

계란장조림이나 감자조림, 장조림 같은 것들은 한 번 만들면 사나흘 반찬이 됩니다. 만드는 데 30분 걸리지만 그 뒤 사흘은 밥만 하면 됩니다. 시간을 한 번에 몰아 쓰는 방식인데, 주말에 30분 내는 게 평일에 매일 20분 내는 것보다 대체로 쉽습니다.

다만 조림은 냉장 3~4일이 한계입니다. 일주일치를 만들면 뒤쪽은 결국 버립니다. 딱 사흘 분량으로 잡으세요.

중간에 방향을 트는 것도 방법

사흘째쯤 되면 아무리 조리법을 바꿔도 물리는 순간이 옵니다. 그럴 땐 그 재료를 주인공에서 조연으로 내리면 됩니다.

두부가 지겨우면 두부를 주재료로 쓰지 말고 된장찌개에 몇 조각만 넣습니다. 애호박이 남았으면 잡채나 볶음밥에 조금씩 섞어 넣습니다. 주인공일 때는 질려도, 여럿 중 하나로 들어가면 잘 안 느껴집니다.

그래도 남으면 얼리세요. 애호박은 썰어서 얼려두면 찌개용으로 쓸 수 있고, 두부는 얼리면 식감이 스펀지처럼 변하는데 이건 오히려 양념이 잘 배서 조림에 좋습니다.

지금 남은 걸로 뭘 할 수 있나

돌려먹기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대개 세 번째 요리가 안 떠올라서입니다. 두부로 뭘 더 할 수 있는지 기억나지 않으면 그냥 또 부치게 됩니다.

그 재료 하나만 눌러보면 그걸 쓰는 요리가 전부 나옵니다. 거기서 지난번과 다른 조리법을 하나 고르면 됩니다. 목록을 보면 생각보다 안 해본 게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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