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조미료, 뭐부터 사야 하나

조미료는 한 번 사면 반 이상 남기고 버리게 됩니다.

자취 시작할 때 마트 조미료 코너에서 한참 서 있게 됩니다. 뭐가 필요한지 모르니까 일단 이것저것 담습니다. 그리고 1년 뒤 이사할 때, 뚜껑도 안 연 맛술과 절반쯤 굳은 물엿을 버리게 됩니다.

조미료가 어려운 이유는 한 번 사면 양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재료는 다 쓰면 그만이지만 조미료는 1년을 갑니다. 그래서 처음에 잘못 사면 1년 내내 자리만 차지합니다.

먼저 살 다섯 가지

간장이 첫 번째입니다. 진간장 하나면 조림, 볶음, 무침이 다 됩니다. 국간장은 국 간할 때 색을 안 내려고 쓰는 건데, 처음부터 둘 다 살 필요는 없습니다. 국에 진간장을 쓰면 색이 좀 어두워질 뿐 맛은 납니다.

식용유는 당연하고, 소금설탕이 그 다음입니다. 설탕은 안 쓸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이 들어갑니다. 조림이나 무침에서 설탕을 빼면 맛이 밋밋하고 뾰족해집니다. 단맛을 내려는 게 아니라 짠맛을 둥글게 만드는 역할입니다.

다섯 번째가 참기름입니다. 이건 조리용이 아니라 마무리용입니다. 나물 무칠 때, 비빔밥 비빌 때, 간장계란밥 만들 때 한 바퀴 두르는 것만으로 음식의 격이 달라집니다. 작은 병으로 사세요. 참기름은 시간이 지나면 향이 날아가서, 큰 병을 사면 끝에 가서는 그냥 기름 맛만 납니다.

이 다섯 개면 간장 베이스 요리는 거의 다 됩니다. 계란말이, 간장계란밥, 감자조림, 각종 나물무침, 볶음밥, 장조림. 여기서 부족함을 느끼는 순간이 오면 그때 하나씩 늘리면 됩니다.

그 다음에 하나씩

다진 마늘은 빨리 사게 됩니다. 통마늘을 사서 직접 다지는 건 자취에서 거의 안 하게 되니, 냉동 다진마늘을 사서 냉동실에 두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얼려두면 반년은 갑니다.

고춧가루는 김치찌개나 무침을 하고 싶어질 때 사면 됩니다. 다만 이건 냉동 보관이 맞습니다. 상온에 두면 색이 검어지고 벌레가 생기기도 합니다.

고추장과 된장은 의외로 급하지 않습니다. 둘 다 큰 통으로 팔아서 자취 기준으론 다 못 씁니다. 제육볶음이나 된장찌개를 정말 자주 해 먹을 게 아니면, 필요할 때 소량 포장을 사는 게 낫습니다.

굴소스는 한 번 써보면 왜 진작 안 샀나 싶어집니다. 볶음 요리에 한 스푼 넣으면 감칠맛이 확 올라와서, 조미료 여러 개 넣은 것 같은 맛이 납니다. 채소볶음, 볶음밥, 면 요리에 두루 쓰입니다. 개봉하면 냉장 보관해야 합니다.

사지 않아도 되는 것들

맛술은 고기나 생선 비린내를 잡는 용도인데, 소주가 있으면 그걸로 됩니다. 어차피 알코올이 날아가면서 냄새를 가져가는 원리라 거의 같습니다.

물엿은 설탕으로 대체됩니다. 윤기를 내는 차이가 있긴 한데, 자취 밥상에서 그 차이를 신경 쓸 일은 드뭅니다. 물엿은 굳으면 병째 버려야 해서 손해가 큽니다.

각종 시즈닝과 소스류는 특정 요리 하나를 위해 사게 되는데, 그 요리를 다시 안 하면 끝입니다. 저는 스테이크 시즈닝을 한 번 쓰고 2년을 갖고 있었습니다.

보관은 대충 이 기준으로

헷갈리면 가루와 장류는 냉장 또는 냉동, 액체는 실온으로 기억하면 대체로 맞습니다. 고춧가루·깨는 냉동, 고추장·된장·굴소스는 개봉 후 냉장, 간장·식용유·식초는 직사광선만 피하면 실온에서 괜찮습니다.

참기름만 예외인데, 냉장에 넣으면 탁해지고 굳습니다. 실온에 두되 어두운 곳에 두시면 됩니다.

조미료보다 중요한 것

사실 조미료를 아무리 갖춰도 재료가 없으면 요리가 안 됩니다. 반대로 재료만 있으면 간장과 소금만으로도 한 끼는 나옵니다. 지금 있는 재료로 뭐가 되는지부터 보고, 거기서 자주 걸리는 조미료를 그때 사는 게 순서상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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