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시었을 때

김치는 시는 게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겁니다.

김치통을 열었는데 시큼한 냄새가 훅 올라오고, 국물에 거품 같은 게 보입니다. 생으로 먹기는 이제 어려운 상태입니다. 많은 사람이 여기서 버리는데, 사실 이때부터가 김치의 두 번째 쓰임새입니다.

김치가 시는 건 상하는 것과 다릅니다. 유산균이 계속 발효를 진행하면서 산이 늘어나는 것이라, 먹어도 되는 상태입니다. 다만 생으로 먹기엔 신맛이 날카로워졌을 뿐입니다. 곰팡이가 피었거나 물컹하게 뭉개졌다면 그건 다른 문제니 버려야 합니다.

신맛을 줄이는 방법

가장 간단한 건 설탕 한 꼬집입니다. 김치를 볶거나 끓일 때 설탕을 조금 넣으면 신맛이 눈에 띄게 둥글어집니다. 단맛을 느낄 정도로 넣는 게 아니라, 뾰족한 끝을 깎아내는 정도입니다.

물에 헹구는 방법도 있습니다. 김치를 찬물에 한 번 씻어내면 표면의 산이 빠지면서 훨씬 순해집니다. 다만 양념도 같이 씻겨나가니, 이건 김치를 주재료로 안 쓰고 다른 요리에 넣을 때 적당합니다.

기름에 충분히 볶는 것이 사실 제일 효과가 좋습니다. 신 김치를 식용유에 5분쯤 볶으면 신맛이 고소한 맛으로 바뀝니다. 김치찌개를 끓일 때도 김치를 먼저 기름에 볶다가 물을 붓는 순서가 중요한 게 이 때문입니다. 물부터 부으면 신맛이 그대로 국물에 퍼집니다.

김치가 시는 속도를 늦추려면 공기를 빼세요. 김치가 국물 위로 올라와 공기에 닿으면 그 부분부터 빨리 시고 군내가 납니다. 꺼낼 때마다 눌러서 국물에 잠기게 하고, 통 안쪽에 랩을 한 겹 덮어두면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신 김치라야 제맛인 요리

김치찌개는 갓 담근 김치로 끓이면 맛이 안 납니다. 겉돌고 밍밍합니다. 신 김치가 들어가야 국물에 깊이가 생깁니다. 돼지고기를 먼저 볶고 김치를 넣어 같이 볶다가 물을 붓는 순서로 하면, 신맛이 기름에 녹으면서 고소해집니다. 물 대신 쌀뜨물을 쓰면 국물이 더 부드럽습니다.

김치볶음밥도 신 김치 쪽이 낫습니다. 다만 김치를 잘게 썰어서 밥보다 먼저, 충분히 볶아야 합니다. 김치가 덜 익은 채로 밥과 섞이면 신맛만 튑니다.

김치전은 신 김치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방법입니다. 김치 한 컵에 부침가루 한 컵, 물 한 컵 정도면 되는데, 김치 국물을 물 대신 넣으면 색도 붉게 나오고 간도 맞습니다. 반죽을 얇게 펴서 바삭하게 부치는 게 신 김치엔 더 어울립니다.

김치찜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손은 거의 안 갑니다. 신 김치 위에 돼지고기를 얹고 물을 자작하게 부어 약불에서 40분쯤 끓이면 김치가 물러지면서 신맛이 거의 사라집니다. 묵은지가 많을 때 한 번에 처리하기 좋습니다.

얼려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당장 쓸 일이 없는데 계속 시어가는 게 아깝다면 얼려도 됩니다. 한 번 쓸 분량씩 나눠서 얼려두면 발효가 멈춰서 그 상태로 유지됩니다.

다만 얼렸다 녹이면 식감이 물러져서 생으로는 못 먹습니다. 찌개나 볶음밥처럼 어차피 익혀 먹을 요리 전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용도로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김치에 뭘 더할까

신 김치가 한 통 있으면 요리 하나는 확보된 셈입니다. 문제는 같이 넣을 게 있느냐인데, 돼지고기든 두부든 참치캔이든 하나만 있으면 방향이 정해집니다. 지금 냉장고에 있는 것과 김치를 같이 놓고 보면 뭐가 되는지 금방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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